動 靜
전시기간: 2026.1.14~31
전시장소: KP Gallery
動靜
삶은 머물고, 몸은 울린다
글 이정은
하얗게 빛나는 달항아리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다. 머리카락은 희끗해졌고, 눈가엔 깊은 주름이 자리 잡았다. 긴 시간을 통과해 온 몸은 자신에게 새겨진 기억들을 더듬는다. 태어난 순간부터 이어진 수많은 만남과 이별, 그 사이를 메우는 선택들, 그리고 그 선택들과 함께 다가온 희노애락의 시간을 조용히 되새긴다.
기억은 그가 태어났던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은 아이의 탄생을 기뻐하던 부모의 얼굴, 부모의 영정사진을 찍던 날 병풍 앞에서 찍은 첫 사진, 아버지와 함께 오일장에서 돌아오는 길 서낭당을 지날 때마다 돌을 던졌던 시간. 그 모든 것들은 어느새 훌쩍 세월을 건넜다. 아이는 어느새 자신을 닮은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마침내 자신의 부모보다 더 나이가 들어버렸다. 이제는 어른이라 불리지만,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면 잠시 기대어 무너질 수 있는 안온한 곳이 그리워진다.
그리움은 유년시절 코스모스를 어루만지며 흥얼거리던 노래를 닮았다. 언어로 또렷이 표현되지 않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흩어져 보이지 않지만, 결국 가슴에 남아 맴돈다. 양재문 작가의 “풀빛여행” 전통춤 사진에서 흩날리는 옷자락의 잔상은 그러한 그리움의 형상이다. 손을 뻗어 붙들고 싶지만 이미 지나간 흔적이기에, 다만 눈앞에 어른거릴 뿐이다. 그 여운은 손끝에서 어깨 위로 번지고, 노래가 되고, 한삼을 뿌리고 거두는 제의가 된다. 어머니를 향한 애도의 몸짓이 되고, 한스러운 시절을 견뎌온 몸부림이 된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헤매며 되뇌었던 수많은 질문들. 하나의 답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답은 또 다른 질문이 되어 돌아온다. 질문이 만들어낸 길을 통과하며 젊은 시절 토해내듯 쌓아 올렸던 그리움과 후회 같은 감정을 한 겹 덜어내고 나면, 이윽고 그 자리에는 완전하지 않아 아름답고, 스스로 빛나지 않아 정겨운 것이 남는다. 어떠한 질문도 그리움도 후회도 흔들지 못하는 본질에 가까운 상태, 스스로 비어있으면서 단단히 받아들이는 그릇. 양재문 작가는 그것을 순백의 달항아리에서 발견한다. 젊은 날 소용돌이치던 춤의 열기가 달빛 속 여백으로 내려앉은 순간, 지난 시간을 빛으로 새기고 조용히 자신을 비추어 본다.